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촘스키, 우리가 모르는 미국 그리고 세계

촘스키 할아버지(2008년 현재 80세)는 워낙 유명한 분이긴 한데 그의 책을 제대로 읽은 것이 없었습니다. 얼마 전 길담서원에 갔을 때 눈에 띄길래 한 권 사왔던 책입니다.
짤막한 기고문을 모아놓은 것이기에 읽기에 힘들지는 않았습니다. 그냥 읽기만 하고 넘어갈까 하다가 아무래도 몇 마디 끄적거려야 할 것 같은 일종의 의무감(?)이 생겨서 이 글을 남깁니다. 먼저 촘스키와 이 책에 대한 이해를 돕는 차원에서 짧은 글 하나를 보시고, 제 간단한 감상을 남깁니다. (인용은 어디에서 가져 왔는지 기억이 잘...-_-;;)

"촘스키는 매우 어려운 책과 비교적 쉬운 책을 썼다. 그의 '어려운’ 책은 대체로 언어학과 관련된 것들이고 비교적 ‘쉬운’ 책은 미국의 정치와 사회를 비판한 글들이다. 이 책은 ‘다행히’ 쉬운 책에 속한다. 2002년부터 2007년까지 쓴 칼럼을 엮은 책이다. 미국의 대외 정책과 공격적인 군사 행위의 맥락과 영향을 비판적으로 분석하였다.


최근에 국방부가 그의 책을 ‘불온서적’으로 규정한 바 있고, 이에 지난 17일 인터넷 카페 ‘불온도서를 읽는 사람들의 놀이터’(불놀이) 운영진이 촘스키에게 ‘입장’을 이메일로 문의하였는데, 이틀만에 이메일로 답이 왔다고 한다. 그는 답했다. “불온서적 읽기 클럽이 (불온서적 선정에) 대응하는 방식이 매우 즐겁다. 나의 책들은 고르바초프 이전 소련에서도 금지된 바 있으며 나는 그것을 영광으로 여겼다. 당신들의 거리낌 없고
용기 있는 저항을 알게 돼 매우 기쁘다. 당신들의 매우 중요한 작업에 큰 성공이 있길 바란다.” "


촘스키, 우리가 모르는 미국 그리고 세계

'우리는 '세계'에 얼마나 관심이 있나?'
이 책을 읽고 나서 제일 먼저 들었던 생각입니다.
저의 관심 범위에서 '세계'는 거의 미국, 유럽, 동북아시아 정도가 아닐까 싶습니다. 그리고 그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대한민국에서 살아가는 누구나 여기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그 '세계'에 대한 정보를 누가 제공해 주고 있는가 하는 것입니다. 이른바 '외신 뉴스'나 신문, 인터넷의 '세계' 섹션에서 제공되는 기사는 불행히도 대부분 미국 등의 대형 언론을 통한 것들입니다. 당연히 한 쪽의 주장과 생각만 접하게 됩니다. 그러나 이것도 이러한 사실을 인지하고 있는 경우는 그나마 다행이고, 대부분은 자신이 접하는 주장의 편향성을 스스로 알지도 못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극명한 예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예입니다. 팔레스타인 무장 단체들의 테러 및 무력 시위와 이로 인한 이스라엘의 피해는 많이 접해 왔습니다. 그러나 그 반대의 예는 그렇지 못합니다. 예를 들어 이 책에 나온 것처럼 이스라엘의 감옥에 아무 이유도 없이 납치되어 감금된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1,000명이 넘는다던가, 이스라엘의 비인도적이고 무차별적인 민간인 폭격 등에 대한 내용은 잘 볼 수 없었습니다.
라틴 아메리카는 어떤가요? 그들은 항상 경제적인 후진국의 이미지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들 대부분의 나라에 미국이 직간접적인 정치적 압력을 행사하고, 독재 정부를 지원해 왔고, 경제적 약탈에 가까운 이득을 챙겨왔다는 사실은 상대적으로 덜 알려져 있습니다.

이 책에 나오는 촘스키의 주장이 모두 옳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도 자신의 주장을 관철시키기 위해 무의식적으로 사건을 과장하거나 감정적인 입장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정도는 감안하며 읽을 수 있습니다. 문제는 촘스키가 하는 주장처럼 주류 언론이나 정부 관료의 주장과 반대되는 내용을 접할 수 있어야 하고, 이들을 비교하여 스스로 무엇이 옳고 그른지를 판단할 수 있는 최소한의 기회는 보장되어야 할 것이 아닌가 하는 점입니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있는데, 이는 아는 만큼 관심이 생기고 하나라도 더 보려고 하는 과정에서 더 많은 것을 볼 수 있다는 뜻이 포함되어 있을 것입니다. 모른다면? 관심도 없습니다. 그러나 알게 된다면? 조금이나마 관심이 생길 것입니다. 이것은 큰 차이입니다.

미국의 정책들이 여론과 분리되는 과정에 개입하게 되는 미국 언론의 역할이 절묘합니다.
언론은 대중들에게 '알게' 해 줍니다. 자신들이 원하는 주장에 대해서만. 그래서 대중들이 그 쪽으로만 관심이 생기도록 합니다. 대한민국 일등신문을 표방하는 모 신문이 제일 잘 한다고 반대파들도 인정(?)하는 이른바 '의제 설정' 능력이 생각납니다. 중요한 쟁점에 대한 의제보다는 부가적이고 쟁점과 거리가 있는 의제를 설정하여 진을 빼고 물타기를 시도합니다. 그 다음의 의제를 먼저 제시함으로써 결국은 자신들이 원하는 주장과 주제로 몰아가는 것입니다. 이것도 세계화, 국제화에 포함될까요?? -_-

그리고 이 책을 읽으며 부시로 대표되는 미국 기득권층의 패권주의 혹은 팍스 아메리카나를 보며 과연 버락 오바마가 열어가는 시대에는 미국이 어떤 양상이 될 것인가 하는 점이 궁금해졌습니다. 그는 과연 부시와 당적만 다른 '그 나물에 그 밥'인 정치인으로 자신의 기득권이나 지키는 최악의 모습을 보일지, 역량 부족으로 인해 이리저리 끌려다니다 미완의 개혁으로 끝나게 될지, 그 자신의 표현대로 '미국이 진보하고 있다'는 증거가 될만한 개혁을 성공할 수 있을 것인지 궁금해 집니다. 그리고 당면한 이라크 문제에서부터 라틴 아메리카와 동북아시아에 이르기까지 어떤 정책을 펼쳐나갈지, 그리고 그것이 전임 정권과는 어떤 차이점이 있을지 자못 궁금해집니다.

[실제로 부시는 야구를 좋아하고, 오바마는 농구를 좋아한다고 하죠.
그런데 이미지는 부시는 구단주, 오바마는 선수같다는..-_-;; 
그나저나 위 사진의 오바마 배바지...오바마 지못미..ㅠ.ㅠ]

촘스키 할아버지 덕분에 관심사가 조금 더 넓어져서 다행입니다. 고맙습니다.


                                                                                                     - 冊지기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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