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블로그에 올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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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기술 (The Art of Travel) - 알랭 드 보통의 여행 에세이
옮긴이 : 정영목
출간일 : 2004년 07월
출판사 : 이레
ISBN : 9788957090268
가격 : 12,000원
쪽수 : 354쪽
목차
출발
- 기대에 대하여
장소 : 런던 해머스미스, 바베이도스 / 안내자 : J.K 위스망스
- 여행을 위한 장소들에 대하여
장소 : 휴게소, 공항, 비행기, 기차 / 안내자 : 샤를 보들레르, 에드워드 호퍼
동기
- 이국적인 것에 대하여
장소 : 암스테르담 / 안내자 : 귀스타브 플로베르
- 호기심에 대하여
장소 : 마드리드 / 안내자 : 알렉산더 폰 훔볼트
풍경
- 시골과 도시에 대하여
장소 : 레이크디스트릭트 / 안내자 : 윌리엄 워즈워스
- 숭고함에 대하여
장소 : 시나이 사막 / 안내자 : 에드먼드 버크 욥
예술
- 눈을 열어주는 미술에 대하여
장소 : 프로방스 / 안내자 : 빈센트 반 고흐
- 아름다움의 소유에 대하여
장소 : 레이크디스트릭트, 마드리드, 암스테르담, 바베이도스, 런던 독랜즈 / 안내자 : 존 러스킨
귀환
- 습관에 대하여
장소 : 런던 해머스미스 / 안내자 : 사비에르 드 메스트르
옮긴이의 글
부록
저자인 알랭 드 보통(Alain de Botton)에 대한 얘기를 심심치 않게 보고 들을 수 있었습니다. 개인 홈페이지에 올라와 있는 사진입니다.
머리의 포스(?)와 그의 책 속에서 느껴지는 관심의 범위와 깊이 때문에 나이가 많은 줄 알았으나, 올해 우리 나이로 마흔(1969년 생) 밖에(?!) 되지 않았다고 합니다. 스위스에서 태어나 영국 캠브리지대학교를 나와 영국에서 작가로 활동하고 있는 이 아저씨의 글에는 묘한 매력이 있어 많은 사람들에게 그만의 독특한 스타일로 사랑 받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저자의 책을 처음 읽은 것이 이 ‘여행의 기술’입니다.
알랭 드 보통의 다른 작품들은 아직 읽어 보지 못하였으나 ‘여행의 기술’을 읽은 것으로도 그의 매력을 많이 느낄 수 있었습니다. 어떤 이는 ‘약간은 신경질적이고 약간은 염세적인 분위기’의 그를 좋아하기도 하고, 일상의 자잘한 측면을 예리하게 파헤쳐 내는 그의 능력을 좋아하기도 합니다. 어떤 블로그 주인장께서는 ‘요즘 알랭 드 보통의 글을 읽는 것이 유일한 즐거움’이라며 그의 책을 쭈욱 쌓아놓고 읽고 있다고도 합니다.
어찌되었든 독특한 매력을 지닌 알랭 드 보통이 쓴 이 책은 한마디로 말하자면 ‘여행 에세이’입니다. 출발, 풍경, 예술, 귀환… 목차의 제목을 보면 여느 여행책과는 분위기가 다릅니다. 대부분의 여행책이 특정 장소나 특정 기간이나 특정 인물과의 여행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는 반면, 이 책은 여행 그 자체에 대한 질문을 던집니다. 다시 찾은 타히티 Tahiti Revisited, 1776년 월리엄 호지스
‘왜 여행을 떠나는가?’, ‘여행을 통해서 무엇을 어떻게 얻는가?’, ‘여행을 통해서 무엇을 생각하는가?’와 같은 질문에 답하는 내용들입니다.
예전 작가, 과학자, 예술가 등의 작품이나 저작들을 모티브로 삼아 저자가 실제 여행을 다녀왔던 장소와 연결시켜 자신의 생각을 풀어나가는 형식으로 쓰여져 있습니다. 그래서 책 속의 그림과 사진들이 많이 나오는데 모두 흑백입니다. 저자의 스타일이나 책의 내용으로 볼 때 흑백으로 처리하는 것이 의미상 훨씬 어울릴지 모르겠습니만, 저는 보는 동안 답답증이 일어남을 느꼈습니다. 그래서 저와 같이 느끼셨을 분들 -이 계실지 모르겠지만- 을 위해 몇 가지를 찾아봤습니다.
우리는 여행을 떠날 때 이런 풍광을 기대하며 떠나는 것일까요? 광고 팸플릿 사진을 보고 바베이도스로 훌쩍 떠났던 저자의 경험을 통해 위의 그림이나 사진과 같은 이미지 하나가 우리를 먼 여행으로 이끌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에드워드 호퍼, 239호 열차 C칸 Compartment C, Car 239, 1938년
에드워드 호퍼, 자동 판매식 식당 Automat, 1927년
에드워드 호퍼, 주유소 Gas, 1940년
에드워드 호퍼, 호텔 방 Hotel Room, 1931년
휴게소, 공항, 비행기, 기차… ‘여행을 위한 장소들에 대하여’에 나오는 장소들입니다. 보들레르의 시를 읽고 암송했다는 에드워드 호퍼의 그림들을 소재로 하여 약 17페이지(그림 포함)에 걸쳐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의 작품들은 주로 호텔, 도로와 주유소, 식당과 카페테리아, 기차에서 본 풍경, 기차 안과 열차의 모습 등을 그린 것들입니다. 그리고 대부분 한 사람만이 등장하고 늦은 저녁이나 밤을 배경으로 ‘외로움’을 그렸습니다.
다행히 작년과 올해 한 번씩 총 2번의 비행기를 타 본 저는 비행기가 이륙할 때의 정황과 느낌을 이야기하는 저자를 충분히 공감할 수도 있었습니다.^^; 물론 도로 휴게소나 기차 안에서의 경험도 당연히 공감할 수 있었지요.
네덜란드 시폴(Schiphol) 공항의 안내판
책에 나온 것처럼 영어와 네덜란드어를 병기한 것은 찾기가 어려웠습니다.
이어령 선생이 쓴 “우리 문화 박물지”라는 책을 보고 어떤 블로거는 이렇게 말합니다.
“책 보면서 드는 절대적 생각,
도대체!!!!!! 어떻게 가위에 대해 할 말이 이렇게 많아? 어쩜 골무에 대해 할 말이 이렇게 많아???? 어떻게 거문고하고 바이올린을 그렇게 비교하지??”
알랭 드 보통 아저씨도 만만치 않은데요, 시폴 공항의 안내판에 대해 2페이지 반에 걸쳐 이야기합니다. 잠시 그 한 부분을 같이 보시죠.
“민족의 특성을 연구하는 대담한 고고학자라면 이런 글자체의 연원을 20세기 초의 드 스틸 운동(de Stjl 운동. 영어로는 the Style. 1917년 네덜란드에서 발간된 잡지 이름에서 나온 것으로, 몬드리안Mondrian 등을 중심으로 한 추상 회화 운동)에서 찾아볼 수 있고, 눈에 띄는 영어 병기의 연원은 네덜란드인의 외국 문화에 대한 개방성과 1602년 동인도회사의 건립에서 찾아볼 수도 있고, 안내판의 전체적인 단순성의 연원은 16세기 동맹제주同盟諸州(1579년 위트레히트 동맹으로 연합하여 스페인으로부터 독립을 선언한 네덜란드 북부의 7개 주)와 스페인 사이의 전쟁 동안 네덜란드의 민족성의 일부를 이루게 된 캘빈주의적 미학에서 찾아볼 수도 있을 것이다.”
가위나 골무에 대해 몇 장씩 이야기를 풀어내는 이어령 선생이나 공항 안내판을 보고 역사문화적 배경을 거슬러 올라가는 알랭 드 보통 아저씨의 탐구력과 사고력은 징그러울 정도입니다.
외젠 들라크루아, 숙소에 있는 알제의 여자들 Women of Algiers in Their Apartment, 1834년
플로베르만큼 극단적인 선택을 하지는 못하겠지만 누구에게나 ‘이국적인 것에 대하여’ 궁금해 하는 마음이 있을 것입니다.
적도 식물에 관한 지리 Geographie des Plantes Equinoxides, 알렉산더 폰 홈볼트와 에메 봉플랑의 "안데스와 주변 국가의 자연에 관한 도표 Tableau physique des Andes et Pays voisin"에 수록, 1799~1803년
실제 올리브 숲의 사진 빈센트 반 고흐, 올리브 숲 Olive Grove, 1889년 존 러스킨, 꽃게 Velvet Crab, 1870~1871년경 저자가 창문을 통해 보이는 풍경을 데생했다는 모털맨 여인숙(?)
1806년에 위의 그림이 포함된 책을 지을 정도로 자세한 관찰을 기록하며 남미를 여행했던 과학자 알렉산더 폰 훔볼트는 폭 20센티미터의 능선을 오르면서도 “해발 4500미터에서 나비를 한 마리 잡았으며, 거기에서 500미터를 더 올라가서도 파리를 볼 수 있었다.”라고 기록하였습니다. 훔볼트가 폭 20센티미터의 능선에 매달려서도 파리를 볼 수 있었던 이유는 ‘호기심’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호기심을 가진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은 같은 장소를 여행해도 보는 것과 느끼는 것에서 많은 차이가 날 수 밖에 없습니다.
올리브 나무입니다.
누구나 이 나무 숲을 보지만 표현하는 방법은 다릅니다.
반 고흐가 보고 그린 올리브 숲입니다. 그는,
‘농담의 배합 기술을 버리고, 캔버스에 원색을 듬뿍 발랐다.’고 합니다. 이것은 다음과 같은 의미를 지닙니다.
고흐 이전 대부분의 화가들이 지향했던 어떤 사실주의 작품도 풍경을 있는 그대로 모두 표현해 낼 수는 없습니다. 같은 풍경을 똑같이 캔버스에 담아내는 사실주의 화가 2명은 세상에 없습니다. 캔버스에 그림을 그린다는 것은 화가가 핵심적인 특징을 잡아 표현해야 하는데 이는 일종의 선택의 문제이며, 바로 이 점에서 고흐는 불만을 가졌습니다. 즉 그는 이전의 사실주의 화가들이 핵심적인 특징은 살리지 못하고 ‘똑같이’ 그렸다고 말하는 것에 반감을 가지고, 자신이 보기에 가장 핵심적인 특징을 원색의 배치로 표현했던 것입니다.
여행을 할 때 보는 ‘눈을 열어주는 미술’의 좋은 예가 아닐까요?
실제로 우리의 시신경을 통해 들어온 풍경은 우리가 ‘핵심적인 특징’이라고 생각한 부분을 중심으로 기억되는 것이 아닐까요?
아름다운 풍경을 ‘소유’하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존 러스킨은 '데생'을 말합니다.
알랭 드 보통은 ‘풍경의 진정한 소유는 그 요소들을 살피고 그 구조를 이해하고자 하는 의식적 노력에 달려 있다.’고 하며 그 방법으로 데생을 말하고 있습니다. 사진에 대한 이야기도 나오는데 사진은 편하기는 하지만 아무래도 ‘의식적 노력’을 무감각해지게 만들 가능성이 많다고 합니다. 즉 아름다운 풍경을 내 것으로 소유하기도 전에 ‘카메라는 사진을 찍음으로써 우리 할 일을 다 했다는 느낌을 줄 수도 있다.’는 말입니다.
모털맨에서 바라본 레이크스트릭트의 풍경
자신의 침실을 탐험하고 <나의 침실 여행 Journey around My Bedroom>이라는 책을 출간한 사비에르 드 메스트르의 여행이나 플로베르와 이집트의 평생에 걸친 관계를 통해 보게 되는 ‘여행’이든 누구나 자신만의 여행을 합니다. 무슨 생각으로 무엇을 어떻게 보고 느끼고 올지도 사람마다 다르겠지요.
'주말을 끼고 이틀을 휴가 내어 친구들과 홍콩으로 관광 여행을 다녀오자’를 계획하기 전에 먼저 이 책을 읽어 보라고 권해드리고 싶습니다.
p.s. 위의 이미지들은 대부분 책에 나오는 것들인데, 극히 일부분입니다. 이것저것 짜집기를 한 것처럼 내용이 이어지지 않는 것도 있지만 이 글을 통해서는 맛만 보시고 책을 직접 읽어 보시기를 권합니다.
- 冊지기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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