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블로그에 올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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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차례대로 노부나가, 히데요시, 이에야스
오다 노부나가는 때려 죽이고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울도록 만들고
도쿠가와 이에야스는 울 때까지 기다린다.
위의 말을 들어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세 사람에 대한 다음과 같은 말들도 있습니다.
"오다 노부나가가 집 터를 닦고,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그 위에 집을 짓고,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그 집에 들어가 살았다."
"오다 노부나가가 떡메를 치고,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떡을 만들고,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그 떡을 먹었다."
도쿠가와 이에야스를 설명하면서 빠질 수 없는 사람들이 바로 오다 노부나가와 도요토미 히데요시입니다. 이 책을 다 읽고 나니 저런 말들의 뜻을 더욱 확실히 알 수 있었습니다.
1권 동트기 전 2권 이별 3권 주인 없는 성 4권 발걸음의 조절 5권 형제의 술잔
2부 웅비
6권 운명의 별자리 7권 도리이 스네에몬 8권 낙일(落日)전후 9권 정략(政略)
10권 인간으로서의 탑 11권 돌풍전야 12권 반쪽만 남은 오동잎 13권 전야(前夜)의 결단
(원작) 지은이 : 야마오카 소하치(山岡 莊八)
1907년 일본 니가타현 출생
소설 "도쿠가와 이에야스"는 1950년부터 무려 17년 동안 4,725회에 걸쳐 '쥬니치 신문', '홋카이도 신문', '고베 신문'에 동시 연재된 작품으로 이것은 200자 원고지로 계산할 경우 5만매 가량으로 일본 문학사상 전무후무한 기록이다. 이후 단행본으로 출간되자 일본 열도를 이에야스 붐으로 열광의 도가니로 몰아넣고 1억 5천만부 판매라는 전후 최대의 베스트셀러로 기네스북에 오른 작품이다.
그린이 : 요코야마 미쯔데루(橫山 光輝)
1934년 일본 고베시에서 출생
1954년 "소리 없는 검"으로 데뷔
1956년 "철인 28호"로 인기 작가의 대열에 서고 1962년 "이가의 가케마루"로 부동의 지위를 확보한다.
이후, 청소년지에서 성인지까지, 역사물로부터 SF에 이르기까지 여러 장르에 걸쳐 걸작을 배출하고 1991년 "삼국지"로 일본만화가협회상을 수상함.
대표작품으로 "바벨2세", "요술공주 세리", "삼국지", "수호지", "은나라, 주나라", "사기", "석가모니", 야마오카 소하치 원작의 "도쿠가와 이에야스", "도요토미 히데요시", "오다 노부나가" 등을 극화한 일본의 대표적인 만화 작가이다.
옮긴이 : 이길진(李吉鎭)
1934년 황해도 출생
1958년 서울대학교 사회학과를 졸업하였다. 일본 문학 작품 및 일본 문화에 관련된 많은 책들을 유려한 우리 말로 옮겼다. 주요 역서로는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설국", 이마이 마사아키의 "카이젠", 오에 겐자부로의 "사육", 키쿠치 히데유키의 "요마록", 시바 료타로의 "료마가 간다", 야마오카 소하치의 "도쿠가와 이에야스" 등이 있으며 저서로 동아일보사 출간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삶과 리더십"이 있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세상살이에 대처할 수 있는 지혜를 담은 책들은 없을까 고민하면서 자연히 동양의 고전들에게 관심이 가기 시작했습니다. 삼국지, 손자병법, 논어, 대망 등등... 그러나 아시다시피 이런 책들은 분량부터 사람을 압도하곤 합니다. 마음 속으로만 한번 봐야지 하면서 주저주저하고 있던 저의 눈에 "(만화)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들어왔습니다. 원작자인 야마오카 소하치의 30권이 넘는 동명의 소설을 만화가 요코야마 미쯔데루가 극화한 것입니다. 원작 소설은 일본에서 공전의 히트작이 되면서 '이에야스 붐'을 일으켜 이에야스의 지혜를 경영에 빌려 쓴 많은 책들이 나오기도 했다고 합니다. 요코야마 미쯔데루는 우리에게도 유명한 '철인28호', '요술공주 세리', '삼국지' 등을 그린 만화가로서 5만매에 달하는 방대한 분량을 충실하게 압축하여 보여준다.....고 출판사는 홍보하고 있습니다.^^;
인터넷에서 이 책에 대한 리뷰들을 몇 개 찾아보니 그림체에 대한 이야기도 많이 있었습니다. 어떤 분은 어차피 이야기 위주로 보기 때문에 그림은 별로 신경쓰지 않는다(대사가 많은 편입니다.)고 하고, 어떤 분은 등장 인물이 남녀노소의 구분만 확실하고 성인 남성이나 여자 어린이처럼 비슷한 그룹의 인물들은 다 비슷하게 생겼다고도 합니다. 저도 처음에 한 2~3권까지는 등장 인물도 많은데다 우리에게는 생경한 일본의 이름과 지명, 그리고 비슷비슷한 인물 묘사(?)로 인해 혼란스러웠습니다. 그러나! 읽어갈수록 역시 대가로서 명불허전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등장 인물들의 미묘한 특징 묘사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하고 나름대로(?!) 디테일 처리도 세심하게 마무리한 것들이 보였습니다. 처음에는 이상하고 어설프게만 보이던 그림체에 완전히 동화된 저 자신을 보게 된 것이죠.
백문이불여일견이라 하니 직접 보시죠.
전 13권 중 1권의 첫번째 페이지입니다. 일본 만화이기 때문에 읽을 때 우측에서 좌측으로 보아야 합니다.
13권의 마지막 페이지입니다. 보시는 바와 같이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탄생으로부터 시작하여 죽음에 이르기까지의 일생사를 다루고 있습니다. 위에 그림에서 피리를 불고 있는 사람은 이에야스가 '영원한 대면 금지'라는 전대미문의 명령을 내렸던 아들인데 이에야스가 유품으로 남겨준 피리를 불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전국 시대의 혼란을 마무리하고자 했던 이에야스의 소망을 담은 상징적인 유품이라고 해석하기도 합니다. 약육강식의 전국 시대를 상징하는 칼을 내려놓고 평화의 시대를 상징하는 피리를 들게 하겠다는 이에야스의 소망이라는 것입니다.
각 권의 말미에는 필요한 부가 정보들이 있습니다. 도쿠가와 이에야스 주요 관계 인물 일람표입니다. 이 시대에는 그야말로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쳐야만 했던 시대답게 복잡한 가계도가 많습니다. 예를 들면 이런 식입니다. 옆 영지의 다이묘(영주)가 힘이 세어지면 그 집안으로 딸을 시집 보내고, 충성 혹은 동맹의 맹세로 어린 자식을 인질로 보내기도 합니다. 혼인을 맺고 인질을 보내 우리는 적의가 없다는 메시지를 보내는 것입니다. 심지어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결혼해서 몇 십년 동안 잘 살고 있던 여동생을 강제로 이혼시킨 후 당시 비어있던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정실로 시집을 보냅니다. 이 당시 이에야스는 45세, 히데요시의 여동생은 44세였다고 하니 당시의 수명으로 보면 굉장히 늦은 결혼을 하게 된 셈입니다. 이는 이에야스의 힘을 견제하고자 했던 히데요시의 정략적인 목적으로 이루어진 일이었으며 마찬가지로 이에야스도 자신의 손녀를 히데요시의 아들에게 시집 보냅니다. 또한 이에야스 자신도 어린 시절 인질로 보내져 오랜 시간 동안 설움을 견디며 지내야 했습니다. 일생을 이러한 비극의 소용돌이 속에서 보내야만 했던 이에야스에게 '평화'란 종교와도 같은 숙명이었습니다. 그리고 이에야스의 대표적인 성격으로 일컬어지는 '인내심'의 근원이기도 했습니다.
이에야스가 활약하던 시기는 대략 조선의 중후기였습니다. 그 당시의 지명으로 표기된 고지도도 있습니다.
각 권마다 해당 권에 등장하는 주요 인물에 대한 설명도 있습니다. 말씀드린 것처럼 인물 구분이 가능(!)해지기 전까지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등장 인물을 파악하는데 어려움을 겪은 이유 중의 하나는 한 사람이 몇 개의 이름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아명, 개명, 관직을 붙인 이름 등 4~5개의 이름을 가진 경우가 많습니다. 일본은 지금도 성(姓)을 바꾸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자신이 존경하는 사람의 성으로 바꾸거나 이름 자체를 바꿔버리는 경우도 많은데, 단 가문의 문양만은 바꾸지 않는다고 합니다.
이 정도 수위는 19금인가요? ^^
다양한 인간 군상의 모습들이 들어있습니다. 역사란 그 속에서 현재와 미래를 비추어 볼 수 있기 때문에 가치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이 책의 배경은 400여년 전의 일본이지만 2008년의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도 많이 있습니다. 이에야스는 막강한 외부 세력 뿐만 아니라 믿었던 내부 부하의 모반이나 가족과의 불화 등 내외부에 걸쳐 많은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이런 대소사에 대한 대처 방법을 통해 때로는 그 기발함에, 때로는 그 정정당당함에, 때로는 소나기가 지나기를 기다리며 참아내는 그 인내심에 탄복하게 됩니다. 비록 지금이 이에야스의 시대처럼 직접 죽고 죽이는 전쟁의 시대는 아니지만 그 어느 때보다 경쟁이 치열한 시대임을 생각해 보면 많은 시사점이 있습니다.
난세의 시대는 영웅을 낳고 수많은 전설과도 같은 에피소드를 만들어 냅니다.
위의 그림은 이에야스의 아버지가 전투에 나가 궁지에 몰리자 충직한 가신(家臣)이 주군(主君)의 투구를 대신 쓰고 적을 유인하려는 장면입니다. 이에야스의 가문 입장에서 보면 굉장한 충신입니다. 이에야스가 전국을 통일하고 에도 막부를 이어나갈 수 있었던 원동력 중의 하나로 도쿠가와 가문의 충직한 가신 그룹을 드는 사람들도 많다고 합니다. 도쿠가와 가문에서는 '미카와(도쿠가와 가문의 영지)의 보배'라고 하여 가신들을 귀히 여겼다고 합니다.
엄청난 스케일의 전쟁 장면입니다.
혹시 그림이 어설퍼 보이시나요? 저도 처음엔 그랬습니다만 시간이 지나자 이 그림을 보며 웅장함과 비장함이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책 전체에 걸쳐 빈번히 나오는 할복 장면입니다. 이 당시는 명예를 목숨보다 소중히 여기는 사무라이(무사)들의 시대로서 적에게 죽느니 깨끗하게 할복하는 것을 명예롭게 여겼다고 합니다. 사무라이들의 상징처럼 되어 있는 두 개의 칼을 차고 다니는 이유는 큰 칼은 적을 죽이기 위해, 그리고 작은 칼은 할복하기 위해서라고 합니다. 할복을 하는 이유도 여러 가지인데 적에게 죽임을 당하게 되었거나 주군이 죽을 때 같이 순사(殉死)하기도 하고 어떤 명을 전하기 위한 사자로 갔으나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했거나 억울한 누명을 벗기 위해서 등등...참으로 죽을 이유도 많았던 시대입니다.
위의 그림에서도 나오는 것처럼 할복이 쉬운 것도 아닙니다. 원래 할복할 때는 칼로 자신의 배를 찌르고 좌우로 칼을 휘저어 장기를 모두 손상시킨다고 합니다. 이러한 과정이 몹시 고통스럽기 때문에 옆에 있는 사람이 '가이샤쿠'를 해 줍니다. 바로 칼로 목을 쳐주는 것입니다. 마지막에 남은 두 사람은 서로 마주 보고 앉아 서로를 찔러 죽습니다.
이에야스가 죽기 직전에 말했다는 내용입니다. 책의 중간중간에 좋은 문구들이 많이 나옵니다. 그러한 말들이 모두 엄혹했던 시대 상황을 겪어낸 사람들의 입에서 나온 것이라 더욱 무게감 있게 다가옵니다.
일본의 전국통일 과정이나 오다 노부나가, 도요토미 히데요시, 도쿠가와 이에야스를 비롯한 인물들의 관계는 다른 자료들을 통해서도 충분히 살펴보실 수 있습니다. 제 개인적으로는 이러한 사실(事實)보다는 난세를 헤쳐나가는 역사 속 인물들의 지혜와 용기, 흥망성쇠를 통해 인생살이의 깨달음을 느껴보시기를 바랍니다. 남녀와 노소를 불문하고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내용이라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이에야스의 유훈(遺訓)을 올려봅니다.
서두르면 안 된다.
무슨 일이든 마음대로 되는 것이 없다는 것을 알면 굳이 불만을 가질 이유가 없다.
마음에 욕망이 생기거든 곤궁할 때를 생각하라.
인내는 무사장구(無事長久)의 근본, 분노는 적이라 생각하라.
승리만 알고 패배를 모르면 해가 자기 몸에 미친다.
자신을 탓하되 남을 나무라지 마라.
미치지 못하는 것은 지나친 것보다 나은 것이다.
모름지기 사람은 자기 분수를 알아야 한다.
풀잎 위의 이슬도 무거워지면 떨어지기 마련이다.
- 冊지기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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