옮긴이 : 신유희
출간일 : 2007년 10월
출판사 : 소담출판사
ISBN : 9788973819164
가격 : 9,500원
쪽수 : 256쪽
츠지 히토나리 (つじ仁成) - 1959년 동경에서 태어났다. 1981년 록밴드 '에코즈'를 결성하여 그는 뮤지션으로 활약했고, 1989년 처녀작 '피아니시모'로 스바루 문학상을 수상하면서 등단했다. 1997년 <해협의 빛>으로 제116회 아쿠다가와 상을 수상했으며, 1999년에는 <흰 부처>가 프랑스에서 번역.출판되어 페미나상(외국소설 부문)을 받았다.
현재 일본과 프랑스를 오가며 작가, 뮤지션, 감독으로 활동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 <냉정과 열정 사이 - Blu>, <사랑을 주세요>, <클라우디>, <황무지에서 사랑하다>, <안녕, 방랑이여>, <츠지 히토나리의 편지>, <피아니시모 피아니시모>, <안녕, 언젠가> 등이 있다.
* 약간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주의하세요.
‘눈물’에 대한 얘기부터 하려고 합니다.
대한민국에서 자라난 성인 남성들은 대부분 눈물을 잘 흘리지 않습니다. 정확히는 눈물을 잘 ‘흘리려’ 하지 않습니다. 과거 가부장적인 사회 분위기에서 가장의 권위에 걸맞지 않는 눈물을 ‘남자답지 못함’의 상징으로 여기는 문화도 영향을 미쳤을 수 있을 것이며, 무한 경쟁 속에 내몰려 하루하루를 허부적거리며 살아가는데 있어 눈물은 ‘나약함’의 대표적 아이콘으로 여기는 분위기도 한몫 했으리라 생각합니다.
저 역시도 별반 다르지 않게 성장했고 잘 울지 않습니다. 단, 나 혹은 가족 외부의 사람들 앞에서 잘 울지 않는다고 해야 정확하겠습니다. 바꾸어 말하면 혼자 있을 때나 가족과 함께 있을 때는 종종 운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물론 이것도 나이가 점점 들어감에 따라 그 횟수나 농도(?)가 줄어드는 것 같지만 말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때와 장소만 가린다면 울고 싶을 때는 우는게 감정 순화에 좋다고 생각합니다. 최근 어느 의사선생님께서 눈물의 효능에 대해 역설하고 계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제 개인적인 경험으로 볼 때 울고 난 후의 카타르시스는 분명 효과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울고 싶을 때조차 울지 못하는 사람은 되지 말자고 생각하고는 합니다. 그래서 혼자 TV나 영화, 책을 보다가 우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번에 소개해 드릴 책 ‘안녕, 언젠가’도 그랬습니다.
고등학교 1학년 때 쯤인 것으로 기억합니다. 당시의 제 상황과 책 내용이 비슷한 부분이 많아 –입시 준비가 오직 절대 명제인 시절이었죠.- 감정의 동일화가 잘 일어났던지 모르지만 ‘죽은 시인의 사회’를 꽤 감명깊게 읽고 있었습니다. 자율학습 시간에 선생님 몰래 짬짬이 읽다가 미처 다 읽지 못하고 밤중에 집으로 돌아오는 하교길이었습니다. 중간에 조그만 놀이터가 있었는데 마침 가로등 불빛과 벤치가 있었습니다. 벤치에 홀로 앉아 가로등 불빛을 찾아 책을 다시 읽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유명한 “오 캡틴, 마이 캡틴” (대사는 정확한지 모르겠군요.)이라는 대사와 함께 책상으로 올라가는 부분에 이르러서는 저도 모르게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렸습니다. 나름 감수성 예민했던 소년기의 한 추억입니다. 그 때만큼의 감성은 아니지만 나이가 들어서도 여전히 감성적일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함을 가지고 읽었습니다.
<냉정과 열정 사이>의 작가로 유명한 츠지 히토나리의 최신작인 “안녕, 언젠가”는 그야말로 뻔한 스토리의 로맨스입니다. 어떤 사람들은 뻔한 스토리를 뻔하지 않게 풀어내는 작가가 훌륭한 작가라고 말하고는 합니다만 스토리만 놓고 본다면 그다지 매력적인 소설은 아닌 듯 합니다.
제가 이 책을 읽고 들었던 단상은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소설의 주 무대가 되는 태국의 풍광입니다. 개인적으로 신혼여행을 태국으로 다녀온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그때의 기억이 또렷합니다. 비록 소설 속의 ‘오리엔탈 방콕’ 호텔에 머물지는 않았지만 제가 묵었던 호텔만으로도 이미지를 떠올리기에는 충분했습니다. 언제나 친절하고 나긋하게 합장을 하며 인사하던 호텔의 종업원들과 방콕의 후끈했던 밤시장 풍경들이 떠올랐습니다. 그리고 방콕은 오래 전부터 동양과 서양의 사람들이 오가는 문명의 교차점이었다고 합니다. 그 속에서 피어난 뜨거웠던 이국의 로맨스라니…
소설의 배경인 오리엔탈 방콕 호텔의 서머셋 몸 스위트룸. 소설을 보며 떠올렸던 이미지와는 다소 차이가 있는듯 합니다.
다른 하나는 등장인물들의 인생입니다. 어떤 인생이 더 행복했을까라는 부질없는 상상을 두 주인공의 입장 모두에서 생각해 보았습니다. 결과적으로는 평탄한 인생으로 우유부단하게 흘러갔던 유타카, 짧았던 찰나의 사랑을 평생 간직하고 살았던 토우코, 그리고 두 주인공에 비해 출연 비중(?)은 적었지만 많은 명대사를 남긴 미츠코까지. 이성적으로 따져보자면 부적절한 로맨스를 저지르고도 어떤 결정도 내리지 못하고 내내 우유부단하던 유타카나 자신의 일평생을 돌이킬 수 없는 사랑에만 목매달았던 토우코에 대해 느끼는 답답함은 마찬가지였지만 인생이 어디 ‘합리(合理)’적으로만 흘러갈까 싶습니다.
차츰 선선한 바람이 귓볼을 간지럽히는 계절이 왔습니다. 찬 바람과 함께 옛사랑이 떠오르는 분들도, 지금 옆에 있는 사랑이 생각나시는 분들도, 그리고 다가올 사랑을 기다리는 분들도 한번 읽어보시길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소설 속에서 미츠코와 토우코가 말했던 내용을 옮겨 적습니다. 음미해 보세요.
(말투만 보아도 누가 미츠코이고 누가 토우코인지 알 것 같습니다.)
"사랑 받는다는 수동의 입장이 아니라, 내 스스로 사랑한 사실을 소중히 여기고 싶습니다. 아직 제대로 된 사랑을 해 본 적이 없습니다. 하지만 정말로 소중한 사람을 만난다면, 그 사랑이 절정에 달했을 때 그 사람의 옆얼굴을 보며 언젠가 이별이 찾아오겠구나, 하는 생각에 슬퍼질 것 같아요. 결코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건 아닙니다. 그만큼 살아 있는 그 순간이 사랑스럽고 소중하다는 뜻이죠. 인간은 혼자 태어나 혼자 죽어 가는 동물이잖아요. 그런만큼 늘 이별을 준비하며 살아야 한다는 거죠. 물론 사랑받은 기억도 떠올리겠죠. 그것은 기쁜 기억으로. 하지만 사랑했다는 것, 내 자신이 누군가를 진지하게 사랑했다는 것은 생물체로 태어나 할 수 있는 가장 귀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일생을 보내고 싶어요."
"물론 사랑한 기억도 생각나겠지. 그건 자연히 따라 나오는 거니까. 하지만 여자에게 사랑받는다는 건 무척 중요한 일이잖아? 세상에서 오직 한 남자에게 사랑받은 일, 사랑받아 낸 일을 자랑스럽게 여기며 생을 마감할 수 있다면, 그보다 멋진 인생은 없을 거라고 생각해. 당신에게 사랑받았을 때, 난 의미를 갖게 돼. 당신에게 사랑받지 않게 되었을 때, 나의 의미는 끝나."
- 冊지기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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