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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들이

동대문구정보화도서관 "호모부커스" 북세미나에 가다.


집에서 가까운 곳에 동대문구정보화도서관 같은 도서관이 있다는 것은 분명 행운이겠죠.
버스 타고 가서 산책하는 마음으로 20분 정도 휘적거리며 걸어가면 동대문구정보화도서관에 갈 수 있습니다.

제가 이 도서관에 대해 제대로 관심(?)을 가졌던 이유는 모 사서 포털사이트에 올라온 구인 게시글 때문이었습니다. 근래에 공공도서관이 처한 현실적 상황(위탁 운영, 비사서직 관장 임명, 열악한 처우 등)에 대해 조금씩 보고 듣고 있었는데, 이 게시글은 비단 공공도서관의 상황을 넘어 전체 도서관계의 마음을 대변한 면이 있지 않았나 싶었던 글이었습니다.

뭐 구인 게시글로 공개된 적이 있는 글이니 그대로 올려봅니다. 한번 읽어보세요.
비록 상황은 어렵지만 누구보다 뜨거운 동대문구정보화도서관 사서분들의 열정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제   목 : 동대문구정보화도서관 직원(사서직/행정직) 채용공고
게시일 : 2008년 1월 24일
본문내용

[지혜의 보물섬 "동대문구정보화도서관"의 사람 찾기]

"당신은 어떤 도서관, 어떤 직장을 꿈꾸시나요?"

난데없는 질문입니다만, 도서관이 도대체 무엇인지 일을 하면 할수록 더욱 어려워지는 듯합니다. 정답이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우리는 우리만의 해답을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굳이 말하자면, 우리는 "배려"와 "나눔"의 정신이 깃든 "사색"과 "성찰"의 공간, "소통"의 공간으로서의 지역 공공도서관이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또한, 직원들에게는 모두가 행복하게 일할 수 있는 "직장공동체"가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이러한 우리들과 뜻을 같이 하고자 하는 사람을 찾고 있습니다. 어렵고 힘들더라도 웃으며 서로 다독이면서 일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더욱 좋겠습니다.

공공도서관의 여건은 다들 알고계실 것입니다. 주말에도 도서관은 문을 열어야 하기 때문에 주말근무를 해야 합니다. 또, 야간 연장개관으로 1주일에 한 두 번씩은 밤 10시까지 야간근무도 해야 합니다. 힘들지 않겠냐구요? 네, 물론 힘듭니다. 하지만, 직장에서 퇴근하고 허겁지겁 달려와 책 한권 빌려가며 우리 동네에 이런 도서관이 있어서 너무 행복하다고 말씀해주시는 아저씨가 있습니다. 또, 언제나 친절하게 맞아주셔서 너무 감사하다고 말씀해주시는 아주머니도 계시고, 우리 동네 도서관이 최고라고 외치는 어린이 친구들도 있습니다. 그 분들 때문에 웃으며 일할 수 있는 것이겠지요.

네, 그렇습니다. 정규직입니다. 후배들은 정규직은 안 뽑고 계약직만 뽑는다며 아우성을 치지만, 현장에서 정규직 자리 하나 만들어내기가 얼마나 힘든지 몰라서 하는 이야기들입니다. 이번에도 2명의 직원을 채용하기 위해 무려 2년여의 시간이 걸렸습니다. 관장님을 비롯한 우리 도서관의 전 직원이 노력해서 얻은 피땀 어린 결과물입니다.

공무원이냐고 물으시는 분도 계실 수 있겠군요. 공무원은 아닙니다. 우리 도서관은 '책읽는사회문화재단'이 동대문구로부터 수탁하여 운영하고 있는 위탁운영도서관입니다 - 위탁운영도서관에 대해서 모르시는 분들은 따로 찾아보셨으면 좋겠습니다. 공무원도 아닌데, 공무원 몇 급 상당이라고 표현한 것은 공무원에 준하는 보수를 받는다는 의미입니다. 이것은 자치구와 재단이 맺은 협약에 따른 것입니다. 그게 얼마냐구요? 그건 우리도 잘 모릅니다. 왜냐하면, 사람마다 경력이나 가정환경(배우자나 자녀의 유무) 등이 모두 달라서 호봉이나 수당 같은 것들을 제대로 계산하기 힘들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궁금하시다면 공무원급여포털(http://pay.csc.go.kr/) 같은 곳을 참고하여 직접 계산해보시는 수밖에는 없을 것 같습니다.

우리는 이런 분을 찾고 있습니다.

1. 도서관에 대한 열정이 가득한 사람이었으면 좋겠습니다. MARC 21이나 D.C 같은 것들이야 모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자신이 꿈꾸는 도서관에 대한 신념, 자신이 꿈꾸는 직장을 만들겠다는 굳은 다짐만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업무나 지식이야 익히면 되는 것이지만, 열정은 돈으로도 살 수 없는 것이니까요.

2. 사람을 좋아하는 사람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어느 서점 입구에는 "사람은 책을 만들고, 책은 사람을 만든다"고 쓰여 있지만, 역시 "책보다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책을 만드는 것도, 책을 보는 것도, 일을 하는 것도, 문제가 생기게 되는 것도, 보람을 느끼게 만드는 ㄱ서도, 결국은 사람이니까요.

민족 고유의 명절, 설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고향에 내려가면 어김없이 "좋은 소식 없냐?"라는 인사에 시달리겠지요. 모두들 기운 내시기 바랍니다. 하고자 하는 것들 모두 이루시기를 기원하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동대문구정보화도서관 직원 일동 -


댓글 1 : 멋진 채용 공고군요~

댓글 2 : 이 공고를 보고 마음이 따뜻해졌습니다.

댓글 3 : 동대문구정보화도서관 사서분들의 열정은 국내 도서관 중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이죠. 힘은 들겠지만, 충분한 보람과 내공을 쌓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댓글 4 : 시꺼먼 글들 때메 도서관만 보면 한숨이 나오는데..
정말 멋진 공고입니다.
이런 도서관이 많아지도록 하는게 정부의 임무일텐데..
그저 양적인 성과에 급급한 정책이라니..에휴~~
동대문구정보화도서관의 무궁발전을 바랍니다.!!

댓글 5 : 정말 지원해보고 싶은 도서관입니다. 도서관의 존재 의미를 깨닫게하네요..ㅎㅎ

댓글 6 : 시작글의 사람찾기라는 문구에서부터 참 감동적이네요...^^ 비록 추운 날씨지만 채용 공고를 읽고 참 마음이 따뜻해졌어요~

댓글 7 : 사서를 사서로 인정해주지 않고 그저 사무원 정도로만 생각하는 곳에서 일하면서 내가 정말 이 일을 계속해야하나, 삶의 회의까지 들었는데 읽으면서 울었습니다.
감동이예요..//ㅅ//
지원하고 싶어지네요.

댓글 8 : 따뜻한 글을 보며..마음속 깊은 곳에서 뭔가 울컥 합니다..
좋은 대학을 나와,, 좋은 성적을 가지고..
경력이 많아야 하고 연줄도 어느정도 있어야하고..
이런 것들이 무색해지게 만듭니다..
이런 마음을 가진 사서님들이 계시는 도서관이라면..
이런 도서관을 이용하는 이용자는 참 행복할 것입니다..



그 뒤로도 관심이 있다가 회사 블로그를 준비하면서 이 도서관의 블로그를 알게 되었지요.
그리고 지난 9월 20일(토)에 후배가 근무하고 있는 그린비출판사에서 발간된 "호모 부커스"의 북세미나가 공짜(!)로 진행된다는 공지를 보고는 냉큼 아내와 같이 신청했습니다.
둘 다 책도 읽지 않고 북세미나에 참석하는 기본적인 예의(?)도 없는 행태를 보였지만, 당일 억수같이 내리는 비를 뚫고 참석하는 열의를 보인 것으로 상쇄되었다고 생각합니다. -_-;;

자, 그럼 같이 가보실까요?



경희대 앞에서 KAIST를 지나 홍릉쪽으로 나가는 길은 서울에 얼마 없는 참 아름다운 길 중에 하나입니다. 동대문구정보화도서관은 KAIST 건너편 홍릉초등학교 바로 옆길로 들어서서 5분 정도 골목길로 올라가면 있습니다. 골목길 중간 꺾이는 부분에 있는 표지판입니다.


약간 경사진 언덕배기 위에 도서관이 있습니다.
사진 오른쪽으로 보이는 오솔길로 들어가면 산책로도 있던데 가보지는 못했네요.


행사가 지하 2층 시청각실에서 있어서 바로 내려갔더니 맞은 편에 조그만 매점과 식당도 있더군요. 토요일이기 때문인지 대부분 꼬마손님과 엄마들이었습니다.
제가 몇 년 뒤에 꿈꾸는 모습이기도 합니다. 주말에 둥이, 아내와 함께 도서관에 놀러다니기.
동대문구정보화도서관은 어린이들이 읽고 놀만한 책과 프로그램이 많기 때문에 벌써부터 기대가 됩니다.
아빠가 사서이기 때문에 둥이는 자연스레 도서관 죽돌이가 될 가능성이 많습니다.-_-;;


요일마다 다양한 메뉴들이 있습니다.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지만 가격도 그리 비싼 편은 아니었던 듯 합니다.


지하2층 엘리베이터 앞입니다.
벽면과 조명을 대나무를 이용하여 꾸며놓았네요.
그 앞에 앉아서 책을 읽고 있는 엄마들이 많았습니다.


도서출판 그린비의 신입직원이자 대학 후배이자 제 블로그에 술 먹는 포스팅에 자주 출몰하는 제 친구의 여친이기도 합니다. 이 전날에도 학교 앞에서 학회 개강파티가 있어 같이 술을 먹었지요. 그래서 아내와 제가 저 책상 위에 있는 녹차를 사줬습니다. 좋아하고 있습니다.^^;

이 날 그린비의 도서 할인 판매 행사도 했는데요, 저도 행사가 끝난 후 '호모 부커스'를 만원에 구입했습니다. 그리고 그 책에 저자 사인도 받았지요.
비도 오는데 참석하고 책도 산 것으로 책도 읽지 않고 갔다는 무례함이 갈음된 것이라 자기합리화를 합니다. 돈으로 해결하려는 물질만능주의..-_-;;


비가 와서 저자도 약간 늦게 오시고 참석자들도 조금씩 늦게 왔습니다. 사진은 행사 시작 전의 모습이고 끝날 때에는 비교적 많은 분들이 자리를 채워주셨습니다.
참석하신 분들의 연령대나 성별도 다양해 보였습니다.
저자의 강연이 끝나고 질의 응답 시간에는 10대 남자 청소년의 '판타지 소설 중독'에 대한 질문부터 50대(?) 주부의 '고전 독서 전략'에 대한 질문까지 참석자만큼이나 다양한 질문과 답변이 오가기도 했습니다.


자리에 앉기 전에 한 컷.
거의 2시간 가까이 의자에 앉아 있었는데도 힘들어 하지 않았습니다.
강의 내용을 떠나 이런 기회 자체가 아내에게는 기분 전환이 되지 않았나 짐작해 봅니다.
아님말고입니다.-,.-


강의, 질문과 답변 시간이 모두 끝나고 저자가 사인을 해주고 있습니다.
저자는 동대문구정보화도서관과 매우 가까운 위치에 있는 KH대를 졸업하신 386세대라고 합니다. 전에 서점에서 우연히 보았던 '어느 게으름뱅이의 책읽기'를 쓰셨던 분이며, 자칭 도서평론가로 자신을 규정합니다.
근래에 관심을 갖고 있는 분야인 오토캠핑을 즐기시는 어느 블로거 아저씨께서도 이 KH대 출신이라고 하시는데 편견을 가지고 봐서 그런지 이 두 분이 비슷한 느낌입니다. 물론 두 분 다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순전히 제 개인적 느낌입니다.

사진에서 보이는 것처럼 정장이 아니라 티셔츠 차림에 소주를 좋아하실 것 같은 분위기, 제가 좋아라 하는 스타일입니다. 이 분 얼마 전에 대학교 후배들과 술 먹다가 혼자 흥분하셔서 혼자 취하셨다고 말씀하셨는데 어쩐지 진한 동지애가 느껴졌다는..-_-;;


사진 좌측 단상에 서 계신 분이 동대문구정보화도서관 관장님입니다.
블로그를 통해서 보다가 실제로는 처음 뵙지요. 물론 아는 척을 하지는 않았죠. 그냥 저 혼자 알아 보았다는 말입니다.
이권우 저자께서 이 도서관에서 강좌를 진행하신 적이 있어서 두 분은 전부터 친분이 있으신 사이라고 합니다.


저도 책을 사와서 사인 받을 줄을 기다립니다.
사람들이 빠지기를 기다렸다가 제일 마지막으로 사인을 받았습니다.


이름을 물어보시길래 저와 아내의 이름을 알려드렸더니 아래처럼 적어주셨습니다.

冊 지 기
둥 이 맘
책 읽는 가정을 위하여

2008.9.20
이 권 우

(책에는 실명으로 되어있지요.^^)


이왕 온 김에 회원증을 만들기로 합니다.
2층이었나 3층이었나로 올라가서 홈페이지에는 회원가입했다고 말씀드렸더니 웹캠으로 사진 한장 찍고 바로 회원증을 만들어 주셨습니다.
기분 좋았던 점 하나는 안내문과 이용증을 함께 주시면서 친절하고 상세하게 이용 방법을 설명해 주셨던 것입니다. 도서관 뿐만이 아니라 그동안 어떤 회원증도 수령할 때 이렇게 친절하게 알려주었던 적은 없었던 듯 했습니다.

지금 당장은 많이 이용하지는 못하겠지만 둥이가 태어나서 조금 자라면 자주 올 생각입니다.


DVD도 많이 있어서 직접 도서관에서 볼 수도 있으며, 대출도 가능합니다.


서가와 열람실(?)의 모습입니다.
일반적인 열람실이 아니라 PC가 놓여있습니다.
사람들이 많아서 자리가 꽉 차 있던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장사 좀 되는 것 같습니다.^^;


깔끔한 철제 서가에 아직 공간도 조금은 여유가 있어 보입니다.
개관한지 2년이 조금 넘었으니 아직은 시설면에서는 좋아보입니다.


입구 바깥에 서 있던 녀석(?)입니다.
가슴의 하트 모양이 센스있어 보입니다.
옆에 뭐라고 쓰여 있나 살펴봅니다.


음..
"헤드셋을 아껴 씁시다."라고 외치는 것보다 느끼는 것이 많네요.
저게 다 세금일텐데라고 생각하고 좀 아껴서 사용했으면 합니다.
세금낭비, 자원낭비, 환경오염...................보다도 저것 때문에 도서 구입비가 삭감될까봐 더 걱정됩니다.-_-;;;


"관계자외 출입금지"보다 훨씬 정감 있고 센스있어 보입니다.
'부정보다 긍정'이라는 측면에서도..ㅎㅎ


이것도 아이디어가 참 좋습니다.
계단이니 당연히 '즈려 밟고' 가는 것에다, 다치지 말라고 '사뿐히' 다니라는 상냥함까지..ㅎㅎ 꿈보다 해몽입니다만 기분은 좋네요.

엘리베이터 앞입니다.
뒤편으로 아저씨들의 모습에서 뭔가 포스가 느껴집니다.
비오는 토요일 오후 슬리퍼 신고 동네 도서관에 와서 신문 보는 아저씨....두 명이나...
왼팔을 짚어 중심을 잡고 오른손으로 신문을 여유롭게 넘기고 다리는 살짝 꽈주시고..
재미있습니다.


한쪽 벽면에 대형 고(古)지도가 있어서 찍어봅니다.


도서관 옥상에는 자연체험학습장이라는 정원이 꾸며져 있다고 합니다.
봄날에 꽃을 찍은 사진을 도서관 블로그에서 보았는데 나중에 한번 올라가 봐야겠습니다.


어린이 열람실을 구경하고 나온 길입니다.
곳곳에 엄마와 아이들이 쉴만한 공간도 있고 좋습니다.
나중에 둥이랑 함께 오렵니다.


1층으로 내려가는 외부 계단입니다.


마지막으로 '손떨림 보정 기능'으로는 어림없는 제 수전증 때문에 엄청 흔들렸지만 그냥 올려보는 셀카입니다.

행사에 다녀온 후 아내는 "호모 부커스"를 바로 다 읽었습니다. 저는 다른 책을 읽느라 아직 읽지 못하고 있네요.
아내가 말하기를 "다 좋은데 저자가 책읽기에 대한 목적성을 너무 강요하는 것 같아."라고 합니다. 저도 강연을 통해서도 약간 느낀 바였지만 '앎'이 '함'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아무 소용이 없다는 말씀이 생각납니다. 당연히 동의하는 부분이지만 이것이 전부는 아니겠지요. 아내의 말처럼 "아무 목적없이 그냥 책을 읽는 즐거움"도 만만치 않을 테니까요.
(당연히 저자의 본뜻이 책읽기는 반드시 구체적인 목적이 분명히 존재해야 한다고 한정하신 바는 아닐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오랜만에 가벼운 산책같은 기분으로 잘 다녀왔습니다.
앞으로도 좋은 행사가 있으면 종종 다니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