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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양, 모든 것의 시작

교양, 모든 것의 시작 - 우리 시대에 인문교양은 왜 필요한가?

지은이 : 가토 슈이치, 노마 필드, 서경식
옮긴이 : 이목
펴낸곳 : 노마드북스
펴낸해 : 2007년
값 : 12,000원
쪽수 : 216쪽
ISBN : 9788991794405



지은이 서경식(徐京植)
1951년 일본 교토에서 재일 조선인 2세로 태어났다. 와세다 대학 재학중이던 1971년, 대한민국에서 공부하던 두 형이 서울에서 국가 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된다. 당시 서승은 서울대학교 사회학과 석사과정에, 서준식은 같은 학교 법학과에 다니고 있었다. 그러나 한차례 방북 사실 때문에 중앙정보부에 연행되어 서승은 1심에서 사형, 2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고 서준식은 7년형을 선고받았다. 곧바로 체포의 부당성을 호소하고 어머니와 그들을 돕는 사람들과 함께 구호 활동을 폈다. 1974년 와세다 대학 제일 문학부를 졸업했으나 여전히 형들이 옥중에 있어 진학을 포기하고 형들의 석방과 한국 민주화 운동을 위한 활동을 계속한다. 그사이 어머니는 1980년에 사망했다. 투옥 17년째인 1988년에 서준식이 석방되고 1990년에는 서승도 석방되었다. 장기적인 구호 활동의 경험은 이후의 사색과 문필 활동으로 연결되었다. 인권과 소수 민족을 주제로 한 강연 활동을 많이 펼쳐 왔다. 2000년에 동경경제대학 부교수가 되었다.
작가 활동은 다방면에 걸쳐 있으며 그 근원은 형 2명의 구출 활동 경험과 함께, 재일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006년부터 2년간 대한민국에 머물렀다. (출처-위키디피아)
지금은 도쿄게이자이 대학 현대법학부 교수로 있다.
<난민과 국민 사이>, <디아스포라 기행>, <단절의 세기 증언의 시대>, <나의 서양미술 순례>, <청춘의 사신>, <사라지지 않는 사람들>, <시대를 건너는 법> 같은 책을 썼다.
<소년의 눈물>로 1995년 일본 에세이스트클럽상을, <시대의 증언자 쁘리모 레비를 찾아서>로 마르코폴로상을 받았다.

지은이 노마 필드(Norma field)
1947년 미국인 아버지와 일본인 어머니 사이에 도쿄에서 태어났다. 일본에서 아메리칸 스쿨을 졸업한 후, 미국의 대학으로 진학했다. 1983년 프린스턴대학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으며, 현재 시카고대학 인문학부 동아시아언어문화학과 과장을 맡고 있다. 전공은 일본문학과 일본문화로, 2004년부터 2005년까지 1년 동안 오타루시에 머물며 일본 프롤레타리아문학과 코바야시 타키지를 집중적으로 연구했다.
개인적 체험에 충실하면서도 보편적 관심과 책임을 소홀히 하지 않으려는 그의 자세는 지식인의 한 전형을 보여준다. 국내에 소개된 저서로는 <죽어가는 천황의 나라에서>(창작과비평사, 1995)가 있고 그밖에 <From My Grandmother's Beside : Sketches of Postwar Tokyo>와 <And Then : Natsume Soseki's Novel Sorekara>(1997) 등의 저서와 역서가 있다.

지은이 카토 슈이치(加藤周一)
1919년 일본 도쿄에서 태어나 1943년 도쿄대학 의학부를 졸업했다. 재학 중 문학에 심취하여 '마티네 포에티크' 그룹에 참가했다. <잡종 문화>라는 문명비평서로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고 대작 <일본 문학사 서설>로도 유명한 전방위 비평가이자 작가이다. 최근에는 <사라진 판목, 도미나가 나카모토의 기이한 소문>이라는 희곡을 쓰기도 했다. 현재 리쓰메이칸 대학 국제관계학부 객원교수이다. 주요 저서로 <전후세대의 전쟁 책임>, <시대를 읽는다: '민족' '인권' 재고>, <가토 슈이치 저작집>(24권) 등이 있다. 2008년 12월 영면했다.



2003년 교토경제대학에서 <디아스포라 기행>의 지은이로도 널리 알려진 서경식 교수를 주체로 일본의 가토 슈이치와 미국의 노마 필드 교수를 강사로 초빙해 '교양의 재생을 위하여'라는 주제로 열린 특별강연회에서 발표된 원고를 모아놓은 책. 현대에서 '교양'이 지닌 의미를 숙고해보고 있다.
총5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1장은 서경식, 2장은 가토 슈이치, 3장은 노마필드가 당시에 했던 강연내용을, 4장은 서경식과 가토 슈이치와의 대담을 다루고 있다. 마지막 5장에서는 서경식이 교양에 대한 나름의 견해를 적어 놓았다.
지은이들에 의하면 교양은 기계화 되고 야만화되어 가는 사회에서 인간 고유의 존재성을 지키기 위해 꼭 필요한 것이고, 또 다듬어야 할 것이다. 3명의 지식인의 글과 이야기를 통해 읽는 이들은 교양의 필요성을 다시금 확인함과 동시에 지은이들이 바라본 현실에 나름의 시선들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판 서문 - 서경식
머리말 위기 시대의 상상력 - 서경식

1.왜, 지금 '교양'인가? - 서경식
2.'교양'의 재생을 위하여 - 카토 슈이치
3.전쟁과 교양 - 노마 필드
4.교양은 무엇을 해결해줄 수 있는 것인가? - 대담(카토 슈이치 vs 서경식)
5.현대의 교양이란 무엇인가? - 서경식
                                                                                                   - 출처 : 알라딘


"베트남전쟁 반대가 미국에서 그토록 폭발적이었던 이유도 알고 보면 중산층 대학생들이 대거 징병되었던 게 가장 큰 요인이었다. 불평등의 수많은 폐해들 가운데 하나는 타인의 고통에 대한 상상력의 결핍이다. 내 자신과 동떨어져 있으면 타인의 고통을 알지도 이해하지도 못한다. 지원병제인 현재의 미국에서 징병제의 도입없이 과연 이런 상상력을 부활시킬 수 있을까? 나는 그런 상상력을 간절히 소망한다."(76p, 노마 필드)

"요컨대 자동차 제조기술이나 운전기술 같은 것 이외에 다른 무엇보다 절실한 문제의 핵심은 '왜, 무엇을 위해, 어디로 가는가?'라는 물음을 결정하는 주체는 결국 인간이라는 사실이다. 그리고 노예적이고 기계적인 반복이라는 말은 '왜, 무엇을 위해, 어디로 가는가?'라는 문제를 나 아닌 다른 사람한테 일임하고 그저 조금 더 빠르게 달리고, 제조비용을 조금이라도 더 적게 들여 많은 돈을 벌어들일 수 있는 자동차를 생산한다는 의미이다.
자동차 제조기술과 운전기술, 그 자동차를 타고 어디로 떠날 것인가라는 문제는 전혀 차원이 다르다."(174p, 카토 슈이치)


"카토 슈이치와 노마 필드 두 선생님의 강연에서 나온 또 다른 개념으로 그 점을 표현하자면, '타자他者'라는 문제다. 나와는 다른 존재, 나와는 상이한 역사적 배경, 나와는 다른 문화, 나와는 다른 계급, 나와는 다른 성性, 그러한 것들에 속한 다른 사람의 눈에 나라는 존재는 어떻게 비치고 있는가. 그렇듯 타자의 시선을 통해 부단히 자기 자신을 반추해보는 그런 반복 속에서 교양이라는 존재가 단단히 벼려지고 배양되어가는, 그런 이상적인 모습을 현대의 인문교양 교육에서 찾으려 한다는 것이다."(181p, 서경식)

'교양'이라는 단어에 대해 그 본뜻을 제대로 고민해 본 적이 있었던가 싶다. TV드라마에서 고상한 척 하는 아줌마가 턱은 약간 치켜들고 눈은 내리깔고서 "아우, 교양 없어."라고 내뱉는 이미지 정도가 떠오를까? -_-;;;

이 책은 재일동포인 서경식 교수와 일본과 미국의 지성인이라 할 만한 카토 슈이치, 노마 필드 교수의 강연과 대담 내용, 글을 모아 놓은 것이다. 물론 주제는 '우리 시대에 인문교양은 왜 필요한가?'이다.
요즈음을 살고 있는 우리에게 가장 강요되고 있는 담론은 좋게 말하면 능률/성과주의, 안 좋게 말하면 경쟁/일등주의가 아닐까 싶다. 가장 좋은 예가 현재 파란 기와집에 살고 계시는 분의 당선이라는 생각이 든다. 지난 대선에서 유권자, 특히 직접 표를 던진 유권자들에게 가장 잘 먹혔던 주장은 다음과 같은 것이지 않았을까? '어찌되었든 경제만 살리면 된다.' 여기서 원래 '어찌되었든'에는 정권이 추구하고자 하는 이념, 사상, 비전 등이 자리해야하고, '경제만'에서는 능률을 높여 성과만 내면 만사 오케이가 아니라 균형있는 전체적인 국력의 신장 속에서 '경제도' 발전해야 하는 것이 맞다. 위에 카토 슈이치 교수의 글에서처럼 자동차를 잘 만들고 운전은 잘 하는데, 즉 경제는 발전하긴 하는데 왜, 무엇을 위해, 어디로 가기 위해 경제가 발전해야 하는지 모르는 것이다. 무엇을 위해 잘 살아야 하는지 모르기 때문에 최근의 무상급식 논란이나 용산참사와 같은 일들이 벌어지는 것이다. 하긴 그 분 입장에서 보면 한시바삐 갈 길이 먼데 자꾸 자신의 발목만 잡고 있는 인간들이 원망스럽다 못해 짜증날 것이다. 내 보기에는 단지 어디로 가는지, 왜 가는지, 어떻게 갈 것인지를 다른 사람들과 의견 좀 나누고 같이 갔으면 좋겠는데, 갈 곳이 있는데 지금 바쁘니 무조건 얼른 따라오라고 하는 것처럼 보일 뿐이다.-,.-
대형 마트의 등장으로 동네 재래시장이 어려워진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어디에선가 재래시장의 물건을 사시는 어르신께서 하셨던 말씀이 기억난다. "저 사람들도 같이 먹고 살아야지." 참 많은 뜻을 품고 있는 말이다.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일 수도 있고, 공동체 사회의 유지 원리에 대한 내용일 수도 있고, 경쟁과 경쟁에서의 승리에 대해 다시한번 심사숙고해 보게 하는 내용일 수도 있다.
위의 두 가지 얘기는 모두 내가 아닌 남, 즉 타자를 대하는 태도에 관한 내용이 밑바탕에 흐르고 있다. 경쟁도 '남'이 있어야 할 수 있고, 일등도 이등을 비롯하여 꼴등도 있어야 의미가 있는 것이다. 이 '남'을 어떻게 생각하고 대할 것인가가 고민의 밑바닥 한켠에 또아리를 틀고 있다.

책의 요지도 크게 '타자(他者)에 대한 이해'를 위해 교양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다른 사람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전제조건이 필요한데 그것은 다름 아닌 자기 자신에 대한 이해와 자존감이다. 즉, 인간으로서의 정체성과 자존감이 있어야만 내가 아닌 남을 이해할 수 있으며 그들과 공감할 수 있게 되는데 이를 위해 필요한 것이 교양이라는 것이다. 책을 읽고 메시지가 이렇듯 간단하게 정리되는 경우는 흔치 않다.^^;
인간은 혼자서는 못 사는 동물이라고 한다. 어쩔 수 없이 나 이외의 남과 함께 살 수 밖에 없는 존재들이다. 나와 남을 정확히 이해하는 것이 모든 것의 출발점이다. 그래서 이 책의 제목이 의미심장하다. "교양, 모든 것의 시작"
'자동차 제조와 운전 기술'에만 매몰된 현대 사회에서 '어디로 갈지'를 정하는 것은 분명 많은 성찰이 필요한 대목이다. 그 주체가 국가이든 개인이든...

바쁜 일상에서 멈춰 인생의 근본적인 고민을 일부러라도 해보는 것, 필요하지 않을까? 뭐랄까 당장 눈에 보이는 결과물은 없을지라도 뭔가 인생이 조금은 풍요로워지는 느낌이랄까? 그냥 아무 생각없이 살아내는 것보다는 좋잖아??
마무리하면서 카토 슈이치 교수가 하신 말씀에 크게 공감되어 옮겨본다. 나 대신에 정리가 잘 되지 않았던 내 머릿속 생각을 명쾌히 정리하여 글로 옮겨놓은 듯한 착각이 들었다. 특히 앞부분...

"나는 능력의 차이는 인정하지만 지구상의 모든 차별에는 철저히 반대한다.
인종차별과 남녀차별, 제국주의와 식민지의 차별, 또 빈부차별과 문화적 차별 역시 반대한다. 이 같은 문제의식이 반드시 인문적 교양주의에서만 비롯되는 것은 아니겠지만, 어느 정도는 변화의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고 본다. 아니, 그런 식으로라도 인문교양을 재생시킬 수 있는 실마리를 얻어내야 한다."(카토 슈이치)

- 冊지기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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