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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ok

눈과 입이 행복해지는 월남쌈

2008년 9월 10일 오후...
퇴근하기 전에 아내에게 문자를 보냈습니다.
"돼지고기보쌈하고 월남쌈 중에 뭐 먹을래?"
"날도 더운데 월남쌈 먹자."

월남쌈에 필요한 재료의 리스트와 간단한 준비 방법을 메모해 둡니다.
요리책에도 난이도 별 하나에 빛나는 요리랄 것도 없는 것이지만 만족도는 높았습니다.

퇴근 후 집에서 옷만 갈아입고 바로 홈에버로 갑니다.
집에 있는 재료는 오이 밖에 없고 나머지는 전부 사야합니다.
후일담이지만 나중에 '오이'만 빠뜨리고 먹었다는거..^^;

레시피들의 결론들은..."먹고 싶은 재료 알아서 넣어서 마음대로 드세요." 정도입니다.
고기를 돼지고기, 소고기, 닭가슴살 등에서 무엇을 넣을지, 야채류는 어떤 걸 넣을지 등은
알아서 선택하라는 말씀.

우리의 월남쌈 재료를 미리 살펴보면,

돼지고기(삼겹살) 1근 (셋이 반근 정도 먹었음)
깐 새우(중국산) 2접시 (1접시당 약 2,000원 정도)
당근 반토막 정도
청홍피망(녹색 1, 빨강1)
팽이버섯 3묶음 (1묶음은 어른 손가락 3개쯤 합친 굵기? -_-)
쌀국수 적당량 (나왔구나, 적당량 -_-;;)
월남쌈용 소스 (마트에서 병으로 팔더라구요. 만들어 먹을까 하다 귀찮아서 그냥 구입)
깻잎
양배추
숙주나물
기타 기호에 맞는 소스류 (우리는 허니머스타드, 바베큐 소스 등을 곁들임)
그리고 제일 마지막 재료인 라이스페이퍼
(이것도 한 2~3000원짜리가 셋이 충분히 먹을만함)


자, 시작해 볼까요?

먼저 마트에서 장을 봅니다. 당근을 고르던 중에 한 컷 찍습니다.
전에는 그냥 아내가 물건 사는거 뒤에 쫓아다니다가 제가 요리할 재료들을 고르려니 기분이 묘합니다. 이것저것 아내한테 자문을 구하며 대충 양을 가늠하며 장을 봅니다.


먼저 새우를 삶습니다. 물로 한번 씻고 냄비에 소금을 약간 풀어 물을 끓이고 넣어서 데칩니다.
중간에 불이 세니까 물에 거품이 생기며 끓어 넘치더군요. 끓는 물에서 금방 익으므로 살짝만 데쳐서 건집니다.
모든 재료들을 씻거나 삶아서 물로 헹구고 체로 걸러줍니다.


다음은 삼겹살을 삶습니다. 냄비에 물을 붓고 된장을 풀어줍니다. 여기에 생강을 얇게 썰어넣고 커피가루도 약간 넣어주어 돼지고기 잡냄새를 없애줍니다. 대파나 양파도 넣었으면 좋으련만 이 때는 생각을 못했습니다. 다음에는 제대로 한번 삶아봐야겠습니다.


야채류도 썰어줍니다. 모든 재료들을 약 7~8cm 정도로 썰라고 하지만....그냥 대충 먹기 편한 길이로 만들어 줍니다. 칼질이 익숙치 않아 당근같은 단단한 놈들이나 피망같은 연한 놈들이나 나름의 어려움이 있더군요. 점차 나아지리라 생각합니다. 일단 당근을 가능한 얇게 채썰어 줍니다.


피망은 세로로 반을 자르고 꼭지를 떼어내고 속을 파내어 버립니다. 그리고 엎어놓고 채썰어 줍니다. 속이 거의 비어 있기 때문에 모양을 유지하며 썰기가 힘듭니다. 약간 두껍게 썰었습니다.


다음은 쌀국수를 삶습니다. 아내가 쌀국수는 다른 국수보다 조금 오래 끓여야 한답니다. 일단 푹 끓여주고 아내 말대로 테스트를 해봤습니다. 국수를 한 가닥 꺼내서 벽이나 싱크대 같은 곳에 휙 던져서 붙으면 익은 것이고 안 붙으면 더 끓이라고..'패밀리가 떴다'에서 이천희와 이효리가 아침식사 준비하면서 했었죠..ㅎㅎ


쌀국수가 잘 익은 것을 테스트(?)한 후에 건져내어 체에 넣고 찬물로 헹궈줍니다. 가능한 빨리 찬물로 헹궈주었더니 나중에 먹을 때 면발이 좀 탱탱했었습니다. 느낌상 그런 걸지도 모르지만..


완성 직전의 월남쌈 접시. 가장자리 쪽으로 당근, 홍피망, 청피망, 양배추, 깻잎, 데친 팽이버섯, 새우가 있고, 가운데에는 삶은 삼겹살을 길다랗게 썰어 놓았습니다. 가장자리 빈 공간에 데친 숙주나물을 마지막으로 얹어 완성했습니다. 보기보다 양이 많았습니다. 삼겹살은 반 근 정도 되었으며 야채들도 셋이 먹어도 충분할 만큼 많았습니다.


최종 상차림입니다. 쌀국수는 따로 접시에 담았고, 마트에서 1접시 만원 정도하는 모듬회도 같이 먹었습니다. 월남쌈 소스는 각자 개인별 접시로 먹고 바베큐 소스와 허니머스타드 소스는 같이 놓고 먹었습니다. 그리고 라이스페이퍼를 녹여(?) 줄 따뜻한 물도 준비했습니다.


먹기 직전 맥주를 한잔 따라서 들고 포즈를 취해봅니다. 아, 맛있겠다. ㅎㅎ


라이스페이퍼를 따뜻한 물에 적신 후 접시에 깔고 원하는 재료들을 소스에 찍어 얹은 후 돌돌 말아서 먹습니다. 욕심을 부려 재료를 너무 많이 넣으면 뚱뚱해져서 먹을 때 힘듭니다.^^

재료가 다양해서 그런지 많이 먹어도 지루한 느낌이 들지 않아 좋았습니다. 물론 설겆이거리도 얼마 나오지 않았죠.ㅎㅎ


거의 다 먹고 남은 잔해(?)들입니다. 나중에 저 남아있던 재료들도 깨끗이 먹었습니다.

준비하면서 재료 썰고 다듬고 데치는 등 요리의 기본(?)에 취약한 저로서는 힘든 면이 많았습니다. 거의 한 시간이 넘게 걸린듯 했습니다. 아마도 기본이 좀 튼튼해지면 간단하게 준비할 수 있는 음식이 아닐까 생각해 봤습니다. 양념을 하고 간을 맞추는 것이 거의 필요 없기 때문에 요리를 잘 못하는 사람도 부담없이 할 수 있고, 먹을 때에도 재료 본연의 맛을 잘 느낄 수 있었습니다. 나중에 지인들을 초대해도 재미있게 먹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저녁을 다 드시고 다음날 수업 준비를 하고 있는 아내입니다.

눈으로 보는 색감도 좋았고, 입도 맛있어서 행복했던 월남쌈 저녁이었습니다.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다음에 또 다른 요리에 도전해 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