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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들

20080919 나이스 & 사회부 개강 파티

2008년 9월 19일에 학교 앞에서 나이스와 사회부 후배들의 개강파티 자리에 갔었습니다.
그동안 매번 연락이 왔었는데 이래저래 바빠서 근 1년 넘게 참석을 못한 것 같아 미안한 마음에 이번에는 꼭 가리라고 마음 먹고 있던 차였습니다.
막상 가보면 이제는 재학생들과의 나이차가 10년이 훌쩍 넘어버리니 세대 차이를 느끼는 것은 어쩔 수 없긴 합니다. 그나마 3~4학년 정도 되는 아해들은 얼굴도 낯익고 해서 괜찮습니다만 처음 보게 되는 1~2학년 아이들은 걔네들도 그렇겠지만 저도 어색한 면이 없지 않습니다. 술 한잔 두잔 먹으며 술 기운에 이것저것 물어도 보고 농담도 하고 그러면서 친해지게 되고는 합니다.

제가 대학교 새내기 시절에 병주형이 아마도 지금의 제 나이 정도였을 것 같습니다. 그때는 그냥 형 나이가 많은가 보다는 다소 피상적인 느낌만 있었는데 막상 제가 그 나이가 되어보니 그 당시의 형 심정(?)이 많이 이해되는 측면도 있습니다.
주변에 있는 사람들에게 가끔씩 하는 말이지만 저는 병주형처럼(?!) 하고 싶은 마음은 별로 없습니다. 다만 제가 대학에 들어와 많은 선배들에게 받은 만큼은 후배들에게도 물려줘야 하지 않나 싶습니다. 그런 마음으로 후배들을 만나곤 합니다.

그럼,
지금 만나러 갑니다.



지하철 4호선 혜화역 4번 출구입니다.
꽤 오랫동안 많이 다닌 곳입니다.
그만큼 추억이 많이 쌓인 곳이기도 하구요.
여러 추억 중에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 2가지가 생각납니다.

1. 아마도 대학교 1학년 2학기 정도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당시 모 시국사안에 대해 대국민 선전전을 한다고 삼삼오오 짝을 지어 유인물을 가슴에 품고는 혜화역으로 내려갔습니다. 지하철을 타고 이동하면서 차 내의 시민들께 유인물을 배포하는 일이었습니다. 지하철 플랫폼에 내려가 열차가 오기를 기다리면서 왜그리 긴장이 되던지 마음이 조마조마했던 기억이 납니다. 사람들 앞에 나서는 일을 워낙 꺼려하던 성격인데 생판 모르는 사람들에게 유인물을 나눠 줄 생각을 하니 한가득 부담감이 밀려왔었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아무 것도 아닌 일이지만 당시에는 많이 부담스러웠던 기억이 납니다.

2. 아내와 처음 사귀기 시작하던 둘의 나이 25살이던 해 5월이었습니다. 그 해 3월부터 만났으니 100일도 되지 않았던 시절이었습니다. 주중에 알바다 수업이다 바빠서 데이트다운 데이트도 못하다가 주말(토욜이었는지 일욜이었는지는 가물가물)에 혜화역 4번 출구 앞에서 만나기로 했습니다. 약속 시간보다 조금 일찍 도착해 지하철 출구 앞에서 기다리고 있는데 계단으로 아내가 올라오고 있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흰색 자켓에 청바지를 입고 긴 생머리를 휘날리며 화창한 5월 햇살을 받으며 내게 다가오는 아내의 모습이 마치 영화 속 장면 같았지요. 언젠가 아내가 언제 자기가 예뻐 보였는지를 물어보았을 때 그 날의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이외에도 이것저것 숱한 추억들이 있는 곳입니다. 물론 대부분은 술과 관련된 기억들이긴 합니다만, 술과 관련된 기억들은 또 모두 사람과 관련된 기억이기도 합니다.



저도 가끔 가곤 했던 혜화역 앞 포장마차입니다.
장사 시작을 준비하는 손길들이 분주합니다.



결국은 이렇게 또 변하게 되네요.
그나마 몇 남지 않은 제 새내기 시절부터 변하지 않고 같은 모습으로 있어 주던 정든 곳이었는데 아쉽습니다. 부부식당 혹은 커플 레스토랑이라는 애칭으로 불리던 이 곳에도 얼마 후에는 뭔가가 들어서겠지요.
아주머니가 아프시다는 소문이 사실이라면 얼른 쾌차하셨으면 좋겠습니다. 무뚝뚝한 아저씨와 한 터프하신 아주머니가 만들어 주신 김치볶음밥과 된장찌개는 영원히 잊지 못할 것입니다. 이제 다시는 먹을 수 없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아픕니다. ㅠ.ㅠ




혜화역에서 만난 선호형과 부부식당 근처의 조그만 식당에서 저녁을 먹고 가기로 합니다.
골수 두산팬 선호형은 일부러 여유있게 TV 볼 수 있는 곳으로 와서 바로 두산 : 롯데 경기를 시청합니다. 플레이 하나하나에 표정이 다양하게 변합니다.^^
제 몸도 그렇긴 합니다만, 두산을 응원하는 선호형이 두산 마스코트처럼 몸매가 변해 가는 걸 보는 제 마음은 안타깝습니다. -_-;;



콩나물국밥과 오징어덮밥으로 저녁을 먹었습니다.



저녁을 먹고 있는데 아해들에게 계속 연락이 옵니다.
"얘들아, 밥 먹고 시간되면 어련히 알아서 간단다."  -_-;;

나이스 후배들이 있다는 도마뱀입니다. 여기는 장소가 무슨 인연이 있나 봅니다.
10년 넘게 주인도 바뀌고 가게 이름도 바뀌고 심지어는 잠시 업종도 바뀌었던 곳인데 아직까지 가고 있으니 뭔가 연이 있는 것 같습니다.





나이스 개강파티에 갔더니 후배들이 많습니다. 중간 학번 후배들이 별로 없어서 신입생들과 친해지려고 술을 빨리 먹고 취합니다.-_-;;
이 사진들은 술자리에서 나오기 조금 전의 사진으로 거의 2병 가까이 먹고 찍은 것들이라 상태가 좋지 않습니다.
사진을 보면 역시 '선호형'입니다. 사진 찍는 저도 쳐다봤다가 아이들과 얘기도 하다가 먼저 간다는 민준이 갈구기까지..-_-;; 역시 형은 활력대마왕...!




11시가 다 되어서 나이스 아이들에게 술값을 조금 쥐어주고는 나와서 다시 사회부 아이들 개강파티 장소로 갑니다. 후배들이 한명씩 일어서서 자기 소개를 합니다. 선배들은 뿌듯한 미소로 봅니다. 간다던 민준이는 잠시 들렀다 간다고 여기 사진에도 나왔고, 민영이는 마냥 좋답니다.-_-;



술자리는 이어지고...


오랜만에 보는 재학형은 음흉한 웃음을 날리며 술을 권하고, 지순이도 웃으며 브이질하는데... 정우는 반으로 잘려버렸습니다. 정우야, 미안타..-_-;;



당시의 처참했던 저의 상태를 알 수 있는 사진들입니다. 다음날 일어나서 사진 확인하면서 어찌나 놀랐던지.. 이 와중에 정우와 저는 포즈 취하고 사진 찍어줍니다..-_-;;;



이 날의 3차이자 마지막 술자리였습니다.
이미 한계를 넘은 저는 이 곳에 갔다 얼마 안 있다 혼자 나와서 집으로 왔습니다.
기억이 가물가물합니다.

오랜만에 보는 후배들은 반가웠고,
처음보는 후배들은 자주 봤으면 하고,
자주 보는 선후배들은 .......................  사랑합니다. -_-;;;


다음에 또 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