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의 임신 소식을 듣고도 아버지는 "축하한다", "몸관리 잘해라" 라는 말씀 정도만 하신다.
내심 첫 손자 혹은 손녀이신데 생각보다 좋아라 하시지는 않으시네...하는 생각이 들었다.
뭐 경상도 남자이시고 -그렇다고 이른바 '전형적인 경상도 아저씨'는 아니시다.- 하시니
그런가 보다 했다. 감정표현을 잘 하시는 스타일도 아니시고..
그 뒤로 한달 정도 지나고 나서 아내와 어머니가 통화를 했다.
"몸은 좀 어떠냐?"
"입덧하느라 좀 힘드네요. 속도 안 좋구요."
(웃으시며) "엄마 되는게 쉬운 줄 알았냐? 뭐 좀 먹기는 하냐?"
"그냥 답답해서 아이스크림 먹고 있었어요."
"아이스크림? 그래. 니 남편한테 먹고 싶은거 있음 사달라고 하고 그래라."
"네."
부모님 가게는 조그만 여관 카운터다. 1.5평 정도나 될까하는.
거기서 거의 하루종일 같이 지내신다.
그로부터 며칠 후,
냉장고 냉동실 안에 못 보던 아이스크림이 3통이나 있었다.
가게로 전화를 해보니 아버지가 낮에 집에 혼자 다녀가셨단다.
아이스크림도 당신이 사오신 거라고 새애기 먹으라고 하신다.
전화를 끊고 생각해 보았다.
아버지는 가게에서 집으로 오실 때 자전거를 타고 오신다.
자전거를 세워두고 집 앞에 있는 롯데슈퍼에 중년 남자 혼자 들어가서
아이스크림 냉동실을 기웃거린다.
'어떤 아이스크림을 좋아할까나?'
이것저것 다른 종류로 3통을 산다.
집에 와서는 냉동실에 넣어놓고 그 흔한 메모 한장 안 남기시고 다시 가게로 가신다.
"둥이야,
너는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거란다.
엄마, 아빠, 할아버지 두분, 할머니 두분, 고모, 외삼촌..
모두모두 너를 기다리고 사랑한단다."
냉동실 속의 아이스크림이 따뜻하게 보인다.
p.s 한 통은 아내와 내가 다 먹었다. ^^
아버지, 감사합니다.
좋은 엄마, 좋은 아빠가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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